학폭을 생기부에 적으라는 지침, 교육감이 따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재검토를 권고했습니다. 한 교육감이 그것을 근거로 기재를 보류시켰습니다. 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렸고,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1무슨 일이 있었나
2012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내린 조치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생활지도와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활용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존기간은 초·중학교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10년이었습니다(같은 해 6월 고등학교도 5년으로 단축).
경기도 교육감은 2월에 재고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7월,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권고’를 냈습니다. 그 안에는 생기부의 학교폭력 기록에 대해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나 중간삭제제도 등을 도입해, 기재가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개정하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교육감은 이 권고를 근거로 8월 9일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 “향후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록을 보류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장관은 인권위에 수용불가 방침을 통보했습니다.
8월 23일 장관은 교육감에게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보류 지시를 취소하고, 법령대로 기재하도록 다음 날까지 안내 공문을 보내 27일까지 보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교육감이 응하지 않자 장관은 27일 보류 지시를 직권취소했습니다. 교육감이 소송을 냈습니다.
- 2012. 1. 27.교육과학기술부, 학폭 조치사항을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지침 개정
- 2012. 2. 15.경기도 교육감, 장관에게 재고 요청
- 2012. 7. 9.국가인권위원회, 삭제심의제도 도입 등 개정 권고
- 2012. 8. 9.교육감, 관내 학교에 기재 보류 지시 공문
- 2012. 8. 16.장관, 인권위 권고에 수용불가 통보
- 2012. 8. 23.장관, 교육감에게 시정명령
- 2012. 8. 27.장관, 보류 지시 직권취소
- 2014. 2. 27.대법원, 소를 모두 각하
2무엇이 다투어졌나
-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관한 지도·감독은 교육감의 자치사무인가, 국가가 위임한 사무인가
- (자치사무라면 교육감이 소로 다툴 수 있고 판단 여지도 있습니다. 국가사무라면 둘 다 아닙니다)
3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소는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두 갈래였습니다.
먼저 시정명령. 지방자치법은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처분의 취소·정지에 대해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할 뿐, 시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에 소를 낼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애초에 소송이 되지 않습니다.
다음 직권취소처분. 이것도 자치사무여야 다툴 수 있으므로, 대법원은 사무의 성질을 따졌습니다. 학생이 시·도를 옮기거나 국립·공립·사립 사이를 오갈 때 생기부는 체계적·통일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중학생이 다른 시·도 고등학교에 갈 때도 입학전형에 반영되고, 고등학생의 기록은 대학 입학전형자료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생기부 작성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통일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성격의 사무이고, 이를 감독하는 사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교육감의 생기부 지도·감독은 국가사무로서 교육감에게 위임된 것이며, 자치사무가 아니므로 이 소도 부적법합니다.
4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 생기부의 학폭 기재는 학교나 교육청이 자체 판단으로 달리 운용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지침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 기재 방식이나 삭제 여부가 애매하면 자체 해석보다 상급기관 질의가 안전합니다. 이 사건은 교육감조차 판단 권한이 없다고 정리된 사안입니다.
- 다만 이 판결이 기재 제도 자체가 옳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누가 정할 권한을 갖는지를 가린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삭제·심의 제도는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