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적은 없었다 — 그런데 학교폭력이었다
5월에 담임 선에서 종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0월에 그 아이는 한 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무슨 일이 있었나
2014년 5월 1일, 고등학교 1학년 한 반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학생 아홉 명이 다른 반 학생의 흉을 봤습니다. 그 대화를 본 B학생이 당사자에게 내용을 전했고, 그 때문에 반 학생 하나와 다른 반 학생이 다투게 되었습니다.
단체방은 “누가 전했느냐”며 욕설이 오갔고, B학생이 자기라고 밝히자 추궁이 이어졌습니다. 5월 5일 B학생의 어머니가 담임에게 알렸고, 학생들과 부모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자 5월 13일 담임 책임하에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그러나 B학생은 그 뒤로도 계속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10월 23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 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알렸고, 담임은 11월 24일 이를 학교폭력으로 접수했습니다.
B학생의 진술은 이랬습니다. A학생은 자신과 친구들이 같이 있으면 그 친구들을 데리고 가 함께 있지 못하게 했다. 결국 같은 반 학생들이 자신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실수로 A학생의 체육복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는 욕설을 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수업시간에는 종종 “왜 사냐. 나가 디져라, 그냥.”이라고 하며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담임은 11월경 반 학생들을 상대로 익명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언어폭력·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은 B학생이고 가해학생은 A학생 등이라고 적은 답변이 나왔습니다. 추가 설문에서도 같은 취지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12월 3일 자치위원회가 열려 양측과 담임의 의견을 들은 뒤, B학생에게는 심리상담과 치료·요양을, A학생에게는 서면사과를 결의했습니다. A학생은 서면사과가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처분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 2014. 5. 1.단체 카톡방에서 다른 반 학생 험담 → B학생이 전달 → 추궁·욕설
- 2014. 5. 13.담임 책임하에 사건 종결 — 재발 방지 약속
- 2014. 10. 23. ~ 11. 24.B학생, 약 한 달간 등교하지 않음
- 2014. 11. 24.담임, 학교폭력으로 접수
- 2014. 11.담임, 반 전체 익명 설문조사 → 피해·가해 학생 특정
- 2014. 12. 3.자치위원회 — A학생에게 서면사과 의결
- 2015. 6. 22.검찰, 모욕죄 혐의없음 불기소 (욕설 대상이 특정되지 않음)
2무엇이 다투어졌나
- ① 물리적 폭력이 없는 이런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가
- ② 사과를 강제하는 서면사과 처분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 ③ (사전 쟁점) 이미 서면사과를 이행했는데도 다툴 이익이 남아 있는가
- ▸ 제8·9호(전학·퇴학) → 학적사항 특기사항란
- ▸ 제4~6호(사회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 → 출결상황 특기사항란
- ▸ 제1~3호 및 제7호(서면사과·접촉금지·학교봉사·학급교체)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
3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먼저 다툴 이익부터 정리했습니다. 학교는 “이미 서면사과를 했으니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면사과는 생활기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재되어 졸업 전까지 남습니다. A학생은 아직 재학 중이므로, 소송에서 이기면 기재가 삭제될 수 있어 다툴 이익이 있다는 것입니다.
본안에서는 A학생의 행위가 모욕·따돌림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B학생이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학교폭력’이 맞습니다.
서면사과에 대해서는 세 가지를 짚었습니다. 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근거가 있는 처분이라는 점, 서면의 내용을 강제하지 않아 상당한 자율성이 인정된다는 점, 실제로 A학생이 작성해 교부한 서면의 내용도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론은 청구 기각. 처분은 유지되었습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B학생은 체육복 사건을 두고 A학생을 모욕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습니다. 욕설이 B학생을 향한 것이라고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도 학교폭력은 인정되었습니다.
4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 ‘무리에서 떼어놓기’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됩니다. 물리적 폭력이 없다는 이유로 관계적 공격을 가볍게 처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 이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5월의 종결입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받고 담임 선에서 닫았는데, 다섯 달 뒤 한 달간의 등교 거부로 돌아왔습니다. 종결은 끝이 아니라 관찰의 시작이어야 했습니다.
-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은 담임이 실시한 익명 설문조사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적 공격은 또래에게 물어야 드러납니다.
-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한 사안도 학폭으로 인정되었습니다. 3편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 담임 선에서 종결한 사안에 대해 이후 관찰 계획을 세웠는가
- ‘투명인간 취급’·‘무리에서 떼어놓기’ 같은 관계적 공격을 사안으로 인지하고 있는가
- 당사자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또래에게 확인하는 절차(익명 설문 등)를 두었는가
-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해 사유를 관계 측면에서 확인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