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하고 몇 해 뒤,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판결문에는 넉 달 동안 벌어진 열네 건의 행위가 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밀치고, 때리고, 웃고, 부르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능력 38% 상실이라는 감정 결과가 남았습니다.
1무슨 일이 있었나
B학생은 2010년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 5반이 되었습니다. A학생 등 네 명은 같은 반 동급생이었습니다.
괴롭힘은 2010년 4월 2일부터 7월 20일까지 이어졌습니다. 판결문은 이를 열네 건의 표로 정리했습니다. 야간자율학습 중 침을 뱉으며 “어이 찐따, 안 꺼져”라고 한 일. 식당에서 배식 줄에 선 B학생을 밀치며 비키라고 한 일. 혼자 밥을 먹으려 앉아 있는 것을 비웃으며 큰소리로 “혼자 밥 먹는다”고 한 일.
교실에서는 ‘눈치게임’에 참여를 강요하고 계속 벌칙을 받도록 유도해 이마를 세 차례 때렸습니다. 운동화를 내놓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협박해 빼앗았습니다. 수업시간에 심심하다는 이유로 머리를 일곱 차례 때렸습니다. 허벅지를 발로 찼습니다. 자리를 바꾸라고 강요한 뒤 ‘장애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수학여행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리조트 숙소에서 마피아 게임 중 눈을 감고 있던 B학생의 뒤통수를 다섯 차례 때리고 다른 학생과 싸움을 붙였습니다. 다음 날에는 자고 있는 얼굴에 낙서를 하고 네 차례 때린 뒤, “싸워야지, 안 싸우면 맞는다”고 했습니다.
B학생은 2010년 8월 25일 자퇴했습니다. 이후에도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느끼고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2012년 6월 우울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신체감정 결과는 조현병이었고, 노동능력상실률은 38%, 후유증은 영구적일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A학생 등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어 강요죄·폭행죄·모욕죄로 각각 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 2010. 4. 2.야간자율학습 중 침을 뱉으며 “어이 찐따, 안 꺼져”
- 2010. 4. 5.식당 배식 줄에서 밀치며 비키라고 함
- 2010. 5. 6.혼자 밥 먹는 것을 비웃으며 큰소리로 지목
- 2010. 5. 26.~27.수학여행 숙소 — 뒤통수 5회, 얼굴 낙서, 싸움 유도
- 2010. 6. 5.수업시간에 심심하다는 이유로 머리 7회
- 2010. 7. 20.자리 바꾸기를 강요한 뒤 ‘장애인’이라 부름
- 2010. 8. 25.B학생 자퇴
- 2012. 6. 28.우울병 진단 → 이후 감정에서 조현병 확인
2무엇이 다투어졌나
- ① 집단괴롭힘과 2년 뒤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가
- ② 담임교사와 학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3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법원은 인과관계를 네 가지 근거로 인정했습니다. ①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퇴한 이상 학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주었음이 명백하다. ② 괴롭힘 이전에는 정신병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③ 가족 중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사람이 없어 유전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④ 이 괴롭힘 말고는 조현병을 유발할 만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당시 15세 남짓으로 책임능력이 있었던 A학생 등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집니다. 변별력이 부족한 자녀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의무를 태만히 한 부모들도 함께 책임을 집니다.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시점에, 약 15세로 변별력이 부족한 반 학생들이 사교적이지 못한 B학생을 폭행하거나 괴롭힐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방하거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담임교사가 반 학생들 사이의 집단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부분 노력한 점에 비추어,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로 볼 수는 없으므로 담임교사 개인의 배상책임은 부정되었습니다.
4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 책임의 경계를 가른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 예견가능성과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 담임교사가 개인 책임을 면한 이유는 예방을 위해 일정 부분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관찰 기록·개입 기록은 아이를 위한 자료이면서 동시에 교사 자신을 보호하는 근거가 됩니다.
- “사교적이지 못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예견 가능한 일로 판단되었습니다. 반에서 겉도는 아이가 보인다면, 그것을 확인한 시점부터 예견가능성이 생깁니다.
- 열네 건의 목록을 다시 보면 대부분이 교실과 식당, 그리고 수학여행 숙소에서 일어났습니다. 교사가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혼자 밥 먹는 아이’, ‘자리를 바꿔주는 아이’, ‘게임에서 늘 벌칙을 받는 아이’ — 이것들이 신호였습니다.
- 형사(소년보호) 처분과 민사 배상책임은 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 반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겉도는 학생을 파악하고 있는가
- ‘장난’으로 보이는 게임·벌칙에서 늘 같은 아이가 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 수학여행·숙박 활동의 방 배정과 야간 시간대를 관리하고 있는가
- 관찰한 내용과 개입한 조치를 날짜와 함께 기록하고 있는가
- 장기 결석·자퇴 상담에서 또래관계 사유를 확인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