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회의록을 보여달라고 했다, 학교는 전부 거부했다
아들은 조건부 퇴학처분을 받고 전학했습니다. 아버지는 민사소송을 위해 회의록을 요구했습니다. 학교는 법원의 문서송부촉탁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1무슨 일이 있었나
2008년 3월 5일, 한 고등학교에 3학년 B학생의 부모로부터 학교폭력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B학생이 같은 학년 A학생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6월 17일 자치위원회가 열려 A학생에게 조건부 퇴학처분을 요청했습니다. 통보일로부터 7일 이내에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대안학교 위탁교육을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불이행 시 퇴학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월 23일 학교장이 그대로 처분했고, 재심청구는 기각되었으며 A학생은 7월 말경 전학했습니다.
한편 A학생의 아버지는 B학생이 두 차례 정도의 가벼운 폭행을 지속적인 폭행으로 과장 신고해 무고했고 살인을 예비했다고 주장하며 신고했습니다. 자치위원회는 7월 1일 그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7월 23일 아버지와 A학생은 B학생과 그 부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위해 법원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으나 학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9월 19일 아버지는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회의록, 회의자료, 학생들의 진술서, 학생생활지도부 교사의 보고서 등이었습니다. 학교장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제5호·제6호의 비공개대상정보라며 전부 거부했습니다.
- 2008. 3. 5.B학생 부모의 학교폭력 피해 신고 접수
- 2008. 6. 17.자치위원회 — 조건부 퇴학처분 요청
- 2008. 6. 23.학교장 처분 → 재심 기각 → 7월 말 A학생 전학
- 2008. 7. 23.아버지, 민사소송 제기 → 문서송부촉탁에 학교 불응
- 2008. 9. 19.정보공개 청구
- 2008. 9. 26.학교장, 전부 비공개 결정
- 2009. 7. 2.법원, 거부처분 상당 부분 취소
2무엇이 다투어졌나
- ① 학폭예방법 제21조의 비밀유지·회의 비공개 규정이 정보공개 자체를 금지하는가
- ② 이미 처분이 끝난 뒤의 회의록도 의사결정과정이라며 비공개할 수 있는가
- ③ 개인정보를 이유로 전부 비공개할 수 있는가
3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①에 대하여 — 아닙니다. 법원은 학폭예방법 제21조가 업무 수행자의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규정일 뿐,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 자체를 금지하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②에 대하여 — 아닙니다. 이미 조건부 퇴학처분이 내려진 이상 회의록은 ‘의사결정과정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에 준하는 사항일 수는 있으나, 공개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가 인상적입니다. 청구인이 어떤 구체적 이유로 아들이 조건부 퇴학에 이르렀는지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정보는 처분의 적정성과 민사상 손해배상의 당부를 판단할 근거가 되는 본인에게 직접 관련된 정보이므로 공개 필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법원은 제도의 취지를 짚었습니다. 학교장이 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치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신중한 판단을 담보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확보해 불필요한 의혹을 미리 방지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③에 대하여 — 부분적으로만 인정되었습니다. 회의자료·회의록 중 자치위원들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은 비공개대상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닙니다. 비공개 부분과 공개 가능 부분이 분리 가능하면 공개 가능한 부분만 특정해 그 부분의 거부처분만 취소해야 합니다.
다만 학교가 실제로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는 각하되었습니다. 담임교사들의 진술은 회의록에 기재되어 있었고, 회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녹음 테이프는 음질 불량으로 폐기된 상태였습니다.
4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 회의록 공개 요청에 “전부 비공개”로 답하면 다툼에서 집니다. 개인정보를 가린 형태의 공개가 원칙입니다.
-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제3항도 같은 방향입니다 — 당사자나 보호자가 회의록 열람·복사를 신청하면, 학생과 가족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위원의 성명 등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합니다.
- 법원의 문서송부촉탁에 불응한 것이 결국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거부가 분쟁을 키운 사례입니다.
- 보유하지 않은 정보는 만들어 줄 의무가 없습니다. 뒤집으면, 남긴 기록은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의록은 공개될 것을 전제로 작성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공개 요청에 전부 비공개로 답하고 있지는 않은가
- 인적사항만 분리해 가릴 수 있도록 회의록이 작성되어 있는가
- 회의록에 판단의 근거가 남아 있는가 (결론만 적혀 있지 않은가)
- 녹음·녹취 등 부속 자료의 보관·폐기 기준이 정해져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