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내지 않았다고 사과편지를 쓰게 했다
학교폭력 사건은 아닙니다. 그런데 학폭의 ‘서면사과’가 왜 가능한지를 거꾸로 알려주는 판결입니다.
1무슨 일이 있었나
2019년 10월 22일, 한 중학생이 수업 중 화장실에 간다며 교사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화장실 대신 교실 밖 복도에 앉아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생활지도담당교사에게 적발되었습니다.
교사가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학생은 교사를 쳐다보지도, 대답하지도 않은 채 계속 휴대전화를 사용했습니다.
11월 4일 학교는 선도위원회를 열어 ‘학교 내의 봉사’ 징계를 의결하면서, 그 내용으로 ‘사과편지 작성’을 부과했습니다. 학생은 처분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1심과 2심은 학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절차에도 하자가 없었습니다.
2무엇이 다투어졌나
- 법령에 명문 규정이 없는 ‘사과편지 작성’을 ‘학교 내의 봉사’ 징계의 내용으로 부과할 수 있는가
3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절차 부분은 학교가 이겼습니다. 대법원은 선도위원회가 적법하게 열렸고 의견 제출기간에도 하자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징계 내용에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교원의 폭넓은 재량권을 존중한다는 전제를 두면서도, 의무교육대상자인 초등학교·중학교 학생의 신분적 특성과 학교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법령상 명문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인정하려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 기준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 처분 내용의 자발적 수용성, 교육적·인격적 측면의 유익성, 헌법적 가치와의 정합성.
학교는 학교생활규정에 ‘반성문 작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지만, 대법원은 그것이 징계 외의 지도방법으로 규정된 것이어서 명문 규정 없는 징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예방법을 정면으로 언급했습니다. 같은 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정을 근거로, 명문 규정이 없어도 사과편지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습니다.
4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 학교폭력 사안에서 서면사과가 가능한 이유는 법률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일반 생활지도에서 관행처럼 반성문·사과문을 징계로 부과하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 학폭 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법 제17조 각 호에 없는 조치를 관행으로 덧붙이면 다툼의 소지가 됩니다. “봉사에 사과문을 얹는다” 같은 방식이 그렇습니다.
- 지도와 징계는 다릅니다. 반성문을 자발적 지도의 방법으로 권하는 것과, 징계의 내용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 부과하려는 조치가 법 제17조 각 호 또는 학칙에 명문으로 있는가
- ‘지도’로 권하는 것인지 ‘징계’로 강제하는 것인지 구분되어 있는가
- 관행으로 덧붙여 온 항목이 근거 없이 붙어 있지는 않은가